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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더 이상 그립지 않을 때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지워버릴 기억들을 이곳에 모아둡니다...

[밴라이프 #04] 간절곶 주변

  • 2019.08.04 20:01
  • 길위의 시간/밴라이프(Vanlife)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출발하여 오늘의 계획상 목적지였던 거제도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실시간 내비 정보에 나타나는 차량정체를 확인하고는 몇 해 전 거제도에서 피서철 길 막힘으로 운전만 실컷 하고 제대로 주차도 못해 본 채로 돌아온 악몽이 되살아 났다. 

   아내와 눈빛만 교환하고도 그 의미를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은 그 날의 기억이 그만큼 치명적이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다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U-턴하여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곳이 간절곶이었다. 덕분에 거제도를 돌아보며 차박할 수 있을 만한 곳들을 찾아보자는 오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간절곶은 지나쳐 가기는 여러 번 하였으나, 제대로 돌아본 적은 없는 곳이라 차박지로 알려진 '드라마 세트장' 표지판을 보고는 바로 들어간 곳이 드라마 세트장 공영주차장이었다.

   일단 그늘에 주차를 하고는 가져온 도시락을 먹고 허기를 달랜 다음 주변을 돌아보았다. 공영주차장은 3단으로 조성되어 있었고 지금이 한창인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이상하리 만큼 한산하였는데, 이유는 화장실의 부재였다. 

   아래쪽 2단은 바다 뷰는 가능하였으나 그늘이 없어 따가운 햇살을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제일 위쪽은 그나마 나무 그늘의 혜택을 조금은 받을 수 있는 곳이었으나 화장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화장실은 공영주차장을 나와 바닷가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있었는데, 그 주위에도 차를 댈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맞은편에는 커피와 음료 및 잡화를 살 수 있는 가게가 있어 올여름 최고의 폭염이라는 더위에 걸맞은 '팥빙수'로 속을 달랬다. 

   간절곶 방파제옆 바닷가에는 물에 뛰어들어 휴가를 즐기는 피서객들이 제법 보였다. 드라마 세트장 반대편에도 주차장과 화장실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바닷가 바로 앞이라 이미 차와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의 선택은 바닷가도 좋지만 한여름엔 바닷가에서 멀어질수록 공기가 달라진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나무 그늘이 있는 공영주차장 제일 위쪽에 자리를 잡고 루프 텐트를 올리고 트렁크를 열고는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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