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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더 이상 그립지 않을 때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지워버릴 기억들을 이곳에 모아둡니다...

[Episode #01] 거제 여행 이후 난감한 이야기

  • 2019.08.31 13:37
  • 길위의 시간/밴라이프(Vanlife)

거제 여행을 마치고 이번 2박 3일 여행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우리 아지트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둑해진 시각이라 아무래도 늦은 저녁이 되었다.  식사 후엔 바로 잠자리를 준비하여 오랜만의 장시간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고려해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취침을 위해 루프탑 천정을 열어 올리고 뒷문과 옆문을 모두 개방하여 시원한 공기를 소통시키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냥 자기 아쉬워 커피라도 한 잔 하자는 의견에 시원한 차 밖으로 나와 커피물이 끓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정말 다시 생각해 봐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 곳은 여러 번 얘기했지만 바다 조망의 산 중턱에 위치해 있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라 여러 번 겪어 보았지만 벌레도 없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열대야가 없는 잠자리가 보장(?)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 순간에 벌레 생각이 나고, 문을 닫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지... 

아~ 갑자기 왜???

문을 다 닫고 자리로 돌아와 달달한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이었다.  들릴 듯 말듯한 작은 '철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음산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  몸을 더듬어 차키가 없음을 확인하는 순간 벌떡 일어나 차문을 열어 보았으나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을 경험을 하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하였다..  자~ 어디에 연락을 하지??  그 순간 더 큰 절망만 깨닫게 될 뿐이었다.  우리 둘의 휴대폰은 차 안에서 사이좋게 충전 중이라는 사실을...

슬픈 일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한 건 지금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의 무능함을 확인하는 순간, 난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렸다.  우리의 구세주가 나타나 주길 바라면서...

다행히 화장실을 들렀다 나오시는 분이 있어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전화기를 빌려 주신단다..  하지만 당황해서인지 전화번호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보험사 긴급출동을 부르려고 해도 최근 갑자기 보험사를 바꿔서인지 보험사가 어딘지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분도 일행이 있어 마냥 기다려줄 수가 없는 상태라 고맙게도 경찰을 불러주기로 하고 떠나가셨다.

차로 돌아와 경찰을 기다리면서 급격히 떨어진 자존감에도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 아내와 함께 여서 커피를 마시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 사이 새로 가입한 보험사도 기억해내고, 출동한 경찰분들의 도움으로 바로 보험사에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보험사 긴급출동 기사님 덕에 쉽게 문을 열어 금방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번 이 난감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어두운 밤 낯선 곳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요청에도 기꺼이 도움을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감사했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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