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라이프(Vanlife)가 일상이 되는 상상의 시작 3
[우리 가족이 꿈꾸는 밴 라이프(Vanlife)]
우리 가족이 상상하고 꿈꾸는 밴 라이프(Vanlife)는 무엇일까?
요즘 들어 캠퍼밴이 완성되길 기다리면서 자주 이런 생각을 합니다. 굳이 그 꿈의 씨앗이 될만한 꼬투리를 찾아보자고 들면 약 25년 전,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할 것 같지만 그 당시는 가족여행이라는 것이 그리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우리는 소형차(지금 생각해 보니 한 때 '록스타'란 지프차를 타기도 했었습니다)를 타고 주말이면 자동차 여행을 떠났습니다. 처음엔 무작정 주변 유명한 곳들을 돌아다녔는데, 이력이 붙으면서 애들한테 도움이 될만한 테마여행을 기획하게 되었지요.
예를 들면, 낙동강의 발원지인 청송에서 출발하여 길안천을 지나 안동, 예천을 거쳐 낙동강 하구에 이르는 강의 흐름에 따라 여행하기도 했었고, 설악산에서 출발하여 치악산, 월악산 등 이름에 '악'이 들어있는 산들을 쭉 이어 둘러보는 여행, 강원과 경북 일대의 오지마을들을 찾아다니는 여행도 했었고, 또 전국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다니는 여행 그리고 부산에서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까지 종단하는 등 국토를 종횡으로 누비는 국도 번호를 정해 달려보는 국도 여행도 즐겨했었습니다. 숙소는 주로 현지 민박을 이용했고 여관, 모텔, 호텔 등도 가리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텐트에서 자는 걸 좋아해서 기본적인 야영장비는 갖추고 다녔습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타고난(한 번도 아닌 적이 없으니...) 저질체력으로 남들이 즐겨하는 등산이나 낚시 그리고 자전거 라이딩 같은 체력소모가 많은 것들은 꿈도 꾸지 못했고, 기껏해야 여행하면서 사진을 담는 게 유일한 취미생활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조용히 자연 속에서 그 자체를 즐기는 자동차 여행을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예전만큼 자주 다니진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닌 영향인지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스스럼없이 집을 떠나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에도 큰 두려움이 없더군요. 덕분에 방학이 시작되면 부산에서 출발하여 경기 북부에 있던 큰애를 픽업해서 충남 서해 쪽에 있던 둘째를 만나 애들이 원하는 곳들을 둘러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전국을 누비는 이 여정 자체가 우리 가족에겐 즐거운 자동차 여행인 셈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자주 얼굴을 보기 힘들 무렵, 우리 가족에겐 정말 크나큰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침울의 심해에 빠져들어 그 슬픔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세상의 끝에 선 서로를 안타깝게 지켜보며 끝날 것 같지 않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가족과 온전히 함께 하고픈 마음에 은퇴를 결심하고 아내와 큰딸이 운영하는 가게에 합류하였으나, 24시간 영업의 함정에 빠져 주말에야 겨우 서로를 바라보며 챙기는데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차박'이나 '차박 캠핑', '캠핑카' 같은 말들이 우리 가족의 구세주인양 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이동하는 집인 모터홈에 관심이 많았으나, 현재 거주하는 곳이 주상복합 아파트라 지하 4층 주차장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대안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 '세미 캠핑카'라고 불리는 '스타렉스 캠핑카'였으나,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회사들이 내놓은 현란한 내부 구성품들이 오히려 거부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가족이 원하는 스타일은 과거 우리가 쭉~해온 '자동차 여행'입니다. 자동차를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식사는 현지에서 해결하는 공정여행, 차 안에서는 간단한 간식이나 라면과 커피 정도의 조리만 가능하면 만족할 수 있으며 예전 숙소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던 그런 상황만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자동차를 원했습니다. 이러한 희망으로 우리는 차박에 특화된 '유니밴'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요즘 유튜브들을 통해 차박 캠핑 후기들을 보면서 그러한 캠핑 중심의 차박은 요즘 말하는 '캠알못'인 우리 가족이 생각하는 차박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 '차박 캠핑' 보다는 여행이 중심이 되는 '차박 여행'이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지요.
우리가 원하는 우리의 차가 출고되길 기다리는 요즘, 전 전국을 발길이 닿는대로 누비면서 어느 시골장터에서 식사를 하고, 조용한 섬이나 숲을 찾아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잠들고, 또 바닷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는 아름다운 상상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 기다림 또한 소소한 행복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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